1.
나는 출판이라는 일이 빛을 함께 나누는 일이라고 늘 믿어왔다.작가는 자신이 관찰하고 연구하거나 상상한 것을 창작을 통해 빛으로 만들어 사람들과 나눈다.
편집자와 인쇄, 마케팅,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힘을 모아 그 빛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유통업체와 서점은 그 빛이 더 멀리, 더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거점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빛을 찾는다. 성장의 길을 밝혀주는 빛, 영감을 주거나 마음을 치유해 주는 빛, 혹은 기분을 전환하고 또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는 빛을 찾는다.
동시에 독자들이 책을 읽고 보내는 반응 역시 빛을 발한다. 출판사와 편집자, 유통업체가 참고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빛이다.
그래서 나는 출판하는 일을 등대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책 한 권 한 권도 저마다 하나의 등대다.
2.
2026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소셜미디어, 숏폼 영상, AI,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와 재구성은 빛이 만들어지는 곳과 그 빛이 나타나는 방식, 나아가 우리가 빛을 필요로 하는 이유와 성격까지 바꾸어 놓았다.
이제 등대 외에도 불꽃놀이, 조명탄, 네온사인, 휴대전화 등 온갖 종류의 빛을 내는 것들이 존재한다.
한편으로 이러한 빛들은 등대의 존재에 도전하고 위협을 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등대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등대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거나 화려함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방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이 사실을 기억하는 한, 다른 빛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다채롭고 흥미롭다 해도 등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
AI는 온갖 질문에 대한 답과 지식을 순식간에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그 답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질문과 답이 우리 삶의 방향과 우리가 믿는 가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여전히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탐색의 여정에서 등대는 우리와 함께하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다.
그러므로 등대는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책을 통해 빛을 나누고자 하는 우리의 필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세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그 필요는 더욱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다만 시대가 달라진 만큼 등대도 변화해야 한다.
전통적인 등대는 한자리에 머물며 빛을 비춘다. 그러나 오늘날의 등대는 움직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빛을 찾아 나서야 한다.
오늘날 등대의 역할을 하는 것은 출판계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독자들 역시 점점 더 분명하게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빛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응답하고 서로를 비춘다.
우리 모두는 날아다니는 등대다. 서로 빛을 나누는 등대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날아다니는 등대가 될 때, 우리는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한다.
나는 정말 내가 나아갈 방향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빛을 세상에 보내고 싶은가?
3.
2026년 11월, 로커스는 창립 30주년을 맞는다.30년 전 회사를 설립하면서 품었던 기대와 바람을 돌아보면, 이루지 못한 것도 있고 이룬 것도 있다.
그중 우리가 지켜낸 한 가지는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성장 자체를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우리가 믿는 가치를 지키며 우리만의 고유한 빛을 세상에 비추어 왔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독자들과 찬란한 빛을 나누고자 노력해 왔다. 동시에 낯설고 신비로우며 섬세하고, 많은 사람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빛을 끊임없이 찾아왔다.
이 30년을 돌아보며, 삶의 희망과 기대, 기쁨과 망설임, 침체와 도약, 그리고 수많은 어려움을 함께 넘어온 모든 작가와 협력자, 유통업체, 서점,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우리는 빛을 함께 나눈다는 기본 신념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이다. 동시에 호기심을 잃지 않고 빛을 나누는 새로운 방식과 가능성을 계속 탐색할 것이다.
올해 11월부터 우리는 ‘빛을 나누다’를 주제로 일련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대만 전역의 50곳이 넘는 서점과 함께 독자들에게 서로의 빛을 나누자고 제안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내년 2월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진행됩니다. 세 번째 단계인 3월에는 대만 북부에서 남부까지 빛을 이어가는 특별한 행사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4월 말에는 우리가 바라보는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창립 30주년 기념 웹사이트에서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30.locuspublishing.com
4.
올해 초, 나는 로커스의 창립 30주년과 또 하나의 특별한 일이 겹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바로 나 자신의 일흔 번째 생일이다.
많은 친구와 독자들은 내가 늘 자신의 정신적 나이가 열다섯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에 머물러 있다고 말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정신적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고, 한동안 침체된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나는 그 침체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특히 올해 초,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날인 동시에,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도 하다.”
그 깨달음 이후 나는 거의 환호하는 마음으로 일흔 번째 생일을 맞이했고, 그 뒤로 찾아오는 하루하루도 그렇게 맞이하고 있다.
로커스 역시 창립 30주년을 지나면서 매일매일이 가장 젊은 날이 될 것이다.
여러분 모두에게도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그러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젊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새롭고 놀라운 미래를 탐색해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이 여정을 함께 걸어온 모든 분께 끝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빛을 함께 나누다. We Glow.

하오밍이(렉스 하우 Rex How)
2026년 11월
